동물 : 관계적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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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 관계적 타자
저자: 임지연
출판사: 은행나무
출간일: 10/28/2022
페이지: 168쪽
무게: 168g
크기: 120*190mm
Description
[책소개]
동물과 인간의 사랑, 차이에 기초한 새로운 사랑을 꿈꾸다
보호와 해방의 윤리를 넘어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인문학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유행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데 진심인 시대이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육류를 소비하고 실험실에서 동물이 죽어 나가는 시대이기도 하다. 동물을 아끼면서 희생시키고, 보호하면서 이용하는 우리는 과연 동물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배반인문학 열여섯 번째 책 《동물, 관계적 타자》는 동물을 바라보는 기존의 철학적·윤리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사랑 방식과 관계 맺음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동물의 권리와 존엄을 위한 철학인 동물해방론과 동물권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인간의 억압적 지배로부터 동물을 해방시키고 인간과 함께 문명을 이룩해온 동물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인간의 능력을 우위에 두고 동물을 보호받는 자리에 위치시키는 인간중심적인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동물이 인간에게 지배당하거나 보호받거나 해방되는 존재가 아닌, 지구라는 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공동생활자임을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 사이의 사랑이 왜곡된 것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지 탓임을 지적하며,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맺음을 인문학적 성찰과 비판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목차]
들어가며
1장 동물해방인가, 동물권리인가, 동물관계인가?
밍크는 해방되었을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동물해방론
동물도 시민이다-동물권리론
동물은 감염시키고 빵을 나누는 소중한 타자다-동물관계론
2장 쥐 이야기
쥐의 특이한 위치
하멜른의 쥐잡이 사나이
쥐는 박멸되지 않는다
동물-되기 혹은 쥐-함께-되기
쥐와 인간의 평등한 관계는 어떻게 가능할까
3장 동물, 정체성에서 행위성으로
동물의 시선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시선의 얽힘
동물은 우리를 (새로운)인간으로 만든다: 언어 없이 대화하기, 주의를 기울이기
야생에서 재야생화로
나가며 환대에서 공생으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동물에 대한 인간의 사랑 방식을 의심하다
-동물 보호와 동물 해방은 동물을 위한 일인가
1998년 영국, 동물권 활동 단체인 ‘동물해방전선’은 밍크 농장에 침입하여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던 6,000마리의 밍크를 ‘해방’시킨다. 그들은 인간과 동물의 권리는 동등하므로 밍크의 털을 얻기 위해 밍크를 사육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방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밍크는 야생 숲에 적응하지 못해 일찍 죽거나 마을로 내려와 아이와 반려동물을 위협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해방’된 밍크는 드넓은 숲에서 갑자기 내던져져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었다. 이때의 ‘해방’은 밍크의 입장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해방’이다.
이러한 인간중심성은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론에도 전제되어 있다. 싱어는 동물이 쾌감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쾌고감수능력’을 지닌 존재이며, 인간이 동물의 이익과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종차별주의’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미각은 동물의 목숨에 비하면 사소한 이익이며 동물실험으로부터 얻은 유용성은 분명히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공리주의적 논리를 펼친다. 또한 동물과 인간의 평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물과 지적 장애가 있는 성인이나 어린아이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성과 한계를 드러낸다.
동물의 내재적 권리를 인정해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톰 레건의 《동물권 옹호론》이나 동물을 인간과 동일한 사회적 구성원 혹은 대등한 거주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윌 킴리카의 동물정치론 역시 차별받아온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인권의 확장 방식과 유사하게 인간이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인간중심성을 전제하고 있다. 저자는 두 이론 모두 동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급진적 논의이지만, 윤리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인간사회에 동물을 편입시키는 방식이지 인간과 함께 지구생활자로 살아온 동물을 존중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개를 ‘소중한 타자’이자 ‘반려종’이라고 선언한 해러웨이의 동물관계론에 집중한다. 인간은 동물을 보호하거나 해방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생의 역사를 써온 ‘반려종’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개를 인간사회로 데려왔으므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동물정치론과 달리, 동물관계론에서는 개와 인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조우해 함께 공생의 역사를 써온 공생 관계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동물에게 자유와 권리가 필요하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 대해 알아가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권리를 부여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에 대한 앎은 곧 사랑의 가능성이다
-동물을 마주하고 응답하는 새로운 인간성을 꿈꾸다
저자는 벌거벗은 채로 고양이를 마주해 수치심을 느낀 데리다를 비롯해, 동물을 ‘마주할’ 수 있는 철학이 부재해온 현실을 지적한다. 데리다는 수치심을 느끼며 고양이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능동성을 지닌 존재로서 ‘타자’인 자신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데리다는 고양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고양이의 시선이란 무엇인지는 묻지 않는다. 레비나스 역시 동물을 자신의 타자 윤리 체계의 바깥에 두었고 하이데거는 동물이 인간적인 것을 결여한 채로 세계 빈곤 속에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동물의 시선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기에 동물과 인간이 ‘마주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과 마주하고, 서로 권리를 부여하고, 공생의 관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동물에 대한 무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학자이자 자폐인인 템플 그랜딘은 동물 연구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루었는데, 그는 자신(자폐인)이 동물과 유사하게 느끼고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의 몸을 압박하는 보정틀에서 소가 안정을 찾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압박기를 구상해 고양이를 끌어안는 법을 배운다. 그는 소를 이해하기 위해 소처럼 눕고 소처럼 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랜딘은 동물의 삶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언어 없이도 동물과 대화를 해나간다. 동물의 사고방식과 감정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동물이 된다.
저자는 바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동물을 알아가는 핵심이라고 본다. 우리가 동물이라는 존재에 주의를 기울일 때, 식탁의 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수족관의 돌고래는 과연 행복한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언어 없이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주변의 동물에서 시작해 인간과 공생해온 동물 전체로 확장되어, 인간과 한 번도 분리된 적 없었던 공생자 동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동물을 배려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고 죽을 것인지에 응답하는 것이며,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인류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인간성이다.
한번 읽으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반려인문학
은행나무출판사 〈배반인문학〉 시리즈 출간!
인문학의 효용은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 나다움에 대한 발견에 존재한다. 또한 인문학은 스스로 성숙한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근본의 힘을 제공한다. 〈배반인문학〉 시리즈는 이처럼 ‘나’를 향한 탐구,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질문과 그것을 둘러싼 사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현대철학과 사회의 화두인 ‘몸’을 매개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필진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해, 일상 속 인문학적 사유를 쉽고 명료하게 펼쳐낸다.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배반인문학〉의 다채로운 사유의 항해에 몸을 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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