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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 빈 배에 달빛만 가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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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산대사 : 빈 배에 달빛만 가득하고
저자: 강태근
출판사: 주식회사 서연비람
출간일: 11/15/2022
페이지: 296쪽
무게: 385g
크기: 148*210mm

SKU: ISBN 9791189171438 Category:

Description

[책소개]
장편소설 는 임진왜란을 당하여 서산대사가 펼친 의거를 중심으로 핍박받던 조선의 승려들의 숨겨진 활약상과, 진정한 종교(불교)의 사랑과 자비의 정신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왜 국가의 안위가 최우선이어야 하는가를 그린 소설이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고증에 충실하여 서사를 전개하고, 상세하게 주석을 달았다.

[목차]
머리말
1. 아 아, 평양성마저
2. 누구의 나라인가
3. 영명사
4. 초조한 고니시 유키나가
5. 평양성 1차 전투
6. 피난
7. 서산과 사명
8. 계월향
9. 전란 중에도 사랑의 꽃은 피어나고
10. 또 하나의 시련
11. 거사
12. 당황한 유키나가
13. 평양성 탈환
14. 업보인가 시련인가
15. 의엄과 이순신
16. 아 아, 몸이여 이슬이여!
17. 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18. 수미산도 일어나 겨자씨 속으로 들어가네

장편소설 서산대사 해설
서산대사 연보
장편소설 서산대사를 전후한 한국사 연표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선조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연다.
“이미 평양성을 나가기로 한 일인데….”
조정의 신하들은 왜군이 곧 닥쳐온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모두 성을 나가 피난할 것을 청하였다. 사헌부와 사간원, 홍문관에서도 날마다 궁궐 문 앞에 엎드려 이를 청했고, 특히 정철이 강하게 피난을 주장했다.
선조는 백성들에게 또 거짓말을 하게 되니 가슴이 저리다. 한양에서도 선조는 종친들과 백성들이 통곡하며 한양을 지킬 것을 애소하자, “종묘와 사직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안심시키고, 야반도주하듯이 피난길에 올랐다.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 한양성안에는 충주 탄금대 전투 이후 거의 싸울 만한 군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선조는 신립을 삼도 순변사에 제수하고 나라 안팎의 모든 군사와 무기를 있는 대로 사용하게 하여, 한양성에는 싸울 만한 무기도 군사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성안의 백성들과 공노비, 사노비, 서리, 삼의사의 관리를 뽑아 성가퀴를 지키게 하였으나, 지켜야 할 성가퀴는 3만여 개인데 지킬 사람은 겨우 7,000여 명이었다. 모두 오합지졸인데다가 성벽을 넘어 달아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임금의 호위 부대인 내금위, 우림위, 겸사복의 군사들은 패전하였다는 장수 이일의 장계가 도착하자, 모두 달아났고 경루도 울리지 않았다.
– 15~16쪽 –

서산은 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점점 멀어져가는 왕의 행차를 바라본다. 다시 한번 합장을 한다. 안녕을 빈다. 만일 왕이 서산을 알아보았다면 행차를 멈추고 그를 불렀을는지 모른다. 서산도 왕 앞에 나가 인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의 행차를 멈추게 하고 할 말은 없었다. 다만 멀리서나마 경의를 표하고 왕의 피난길에 어려움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산은 지금 묘향산 금선대 암자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왕과 조정이 평양을 떠난다는 소문에 백성들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절의 형편을 살피러 묘향산 암자에 며칠 머무르다가 급히 평양성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왕의 행차와 마주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평양성은 지켜야 한다. 어디까지 물러나겠다는 것인가. 마지막에는 나라를 버리고 압록강을 건너 명나라로 들어가겠다는 것인가.’
– 24~25쪽 –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대동강 건너 평양성을 바라보며 호통을 친다. 그의 옆에는 그가 가장 믿는 부장 소서비와 부장 중에 가장 젊으면서도 문무의 재질이 출중하다는 구로다 나가마사(?田長政)가 서 있다. 구로다 나가마사의 비서 격인 늙은 중 겐소도 근심스런 얼굴로 평양성을 바라본다.
“겐소! 무슨 좋은 계책이 없겠는가?”
“물이 깊고…… 건널 배도 부족한 판국이라 소승도 달리….”
“그걸 몰라서 묻나! 묘책이 없느냐 말이지!”
고니시 유키나가는 그렇게 신경질을 부리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평양성을 공략할 뾰족한 묘책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으, 음…… 조선이 금방 항복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조선을 잘못 알았던 것이야…… 관백, 태합 전하께서도 조선 백성을 잘못 알고 계셨어. 일본 백성들과는 다른 종자들이야! 독하고 끈질긴!”
고니시 유키나가는 조선 백성들의 끈질긴 저항에 또 분통을 터트린다.
사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과 명나라를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계획에는 조선을 잘못 파악한 점이 많았다.
– 55~56쪽 –

명나라 황제는 선조의 다급한 파병 요청에, 요동 부총병 조승훈에게 3,000명의 군사를 주어 조선으로 보냈다. 당시 평양성에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1번 대 병력 18,700명과 구로다 나가마사의 제3번 대 일부 병력 5,000명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구로다의 병력이 황해도로 철수한 후였다. 이를 본 척후장 순안군수 황원이 적의 주력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지휘부에 보고했다. 이 보고를 받고서 7월 17일 승군 600명을 포함한 조선군 3,000명과 명군 3,000명 등 모두 6,000명이 평양성을 공격했다. 이 전투가 바로 2차 평양성 전투다. 평양성의 문이 열려 있고 왜군이 보이지 않자 명군의 선봉장 사유는 병력을 모두 평양성으로 진격시켰다. 길 양편에 매복해 있던 왜군의 조총 사격으로 사유와 부장 천총, 장국총 등이 전사하였다. 조선군과 명군은 우왕좌왕하다가 크게 패하였다. 총병 조승훈은 부상당한 후 남은 수십 기의 병력을 이끌고 요동으로 돌아갔다.
– 77~78쪽 –

계월향은 마음속으로 ‘네 놈들의 노리개가 될 수는 없지. 내 반드시 기회가 오면 너를 죽여 원한을 갚으리라’라고 다짐하면서 몸이 불편해서 춤을 출 수 없다고 거절한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그래도 자꾸 강요하자 ‘그같이 강요하면 칼춤을 출 테니 검을 달라’고 쓴다. 겐소가 놀랜 눈으로 그 글자를 따라 보다가 제 붓으로 그 글줄을 지워가며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귓속말로 말한다.
“춤도……아직…… 많이많이 몸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된 춤을 보여 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 다음에 명하시는 것이….”
고니시 유키나가는 조금 언짢은 낯빛을 하다가 계월향이를 돌려보냈다.
– 102쪽 –

적들이 보통벌로 몰려나온다면 보통문과 칠성문으로 나올 것이었다. 지형으로 보면 보통문은 평지에 서 있고 칠성문은 그리 높지 않으나 을밀대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 위에 서 있다. 칠성문 안은 수목이 울창한 무인지경이다. 반면에 보통문 안에는 인가들이 많았고 따라서 출입이 빈번하여 왜군의 경계도 칠성문보다 더 삼엄하다.
보통문 밖에 가로 걸쳐 있는 보통강에는 반월형의 큰 나무다리가 있다. 왜적은 그 나무다리를 건너올 것이고, 유사시에는 다리를 끊어야 한다. 가을철에 들어서부터 가물었기 때문에 강물도 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칠성문이었다. 그 앞에도 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칠성문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그 강은 상류여서 더욱 물이 얕아졌다. 다리가 없더라도 아무 데서나 건널 수 있다. 그래서 큰길에 마름쇠를 펴고 적이 강을 건널 때는 그 앞에다 불을 지르도록 했다. 다리를 끊기 위해서는 돈정신이가 자그마한 질화를 들고 나가 다리 밑에서 불을 지르는 작전을 세웠다. 또한 적의 동정을 보아 가며 신호를 하기 위해서 횃불을 가진 사람들을 성벽 밑으로 돌아가며 잠복시켰다.
– 118~119쪽 –

법근은 모란봉 전투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 법근은, 여섯 개 고리가 화광 중에 빛나는 육환장을 높이 들고 고함을 지르며 전진하는 서산의 앞에서, 이리 뛰고 저리 치달으면서, 긴 칼로 적을 베어 쓰러뜨렸다. 몇 번이나 앞을 막아서는 적들을 베고 다시 에워싸는 4, 5명의 적을 상대로 난전을 벌이던 중 칼을 쥔 오른팔이 적의 칼에 끊기었다. 팔은 눈 속에 떨어지고, 전주복이가 철퇴를 휘두르며 뛰어드는 사이, 법근은 한두 걸음 비틀거리다가 다시 왼손으로 칼을 집어 들었다. 떨어져 나간 오른팔에서 쏟아지는 피로 반신은 거의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의 능란한 검술은 왼손으로도 적을 몇 더 쓰러뜨렸다. 그러다가 기진한 그는 적의 칼과 창을 막아내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했다.
고충경이 손으로 눈을 끌어모아 봉분을 높이면서, 울음 반 넋두리 반으로, 목이 메어 흐느낀다.
“이렇게 가면 어떡하나! 왜적을 조선에서 쓸어내면 이제 새 세상이 될 거라구, 이제 조선 백성은 이전 백성이 아닐 거라구, 새 세상이 오면 그때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하더니! 먼저 가다니! 몹쓸 사람!”
전주복이도 울고, 대현도 울고, 서산도 울음을 참지 못한다. 사명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눈발이 분분한 하늘을 애소하듯이 올려다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사람 몇이 올라오는 기척이 난다. 이여송 제독이다. 도원수 김명원과 방어사 김응서와 함께 전황을 살피며 오는 중이다.
모두 울음을 그치고 몸을 돌려 이여송을 맞는다. 서산이 이여송에게 합장으로 예를 표한다.
-174~175쪽-

이순신이 다시 어둠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는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의엄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한 가지…우리 사이니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왜 어명을 따르지 않았나? 권률의 간곡한 명령도 어기면서…가토 기요마사는 생포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유키나가는 전령을 통해 요시라에게 명나라와의 강화협상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경상 우병사 김응서에게 강화 실패는 가토가 전쟁을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가토의 일정과 정박할 섬을 알려 주어 조선에 상륙하기 전에 조선 수군이 가토를 습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유키나가는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몇 척 안 되는 배로 서생포로 돌아가는 정적 기요마사를 제거하고, 무적의 이순신 함대를 쓰시마 앞바다로 유인해 궤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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